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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달라진 영국 부자 리스트
등록일 2014-01-08 오전 11:15:35 조회수 5155
▲ 영국 부호 리스트 1위를 차지한 우크라이나 출신의 알리셔 우스마노프.

상속형보다 자수성가형

영국 10대 갑부 중 9명이 외국인이고 부호 중에는 자수성가형이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1989년부터 매년 영국 부호의 순위를 매겨온 영국 신문 선데이타임스는 최근 ‘2013년 영국 부호 순위’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올해 상위 100명 중 무려 39명이 외국 출신이다. 특히 10대 부호 중 한 명을 제외한 나머지 9명이 외국 출신이다.

1위와 2위, 5위 등 세 명은 구 소련 출신이고 3, 4위는 인도 출신이다. 1위인 알리셔 우스마노프는 우크라이나 출신으로 광산과 투자를 통해 133억파운드(약 22조6233억원)의 부를 쌓았다. 현재 러시아 제일의 휴대전화 사업자이고, 영국 프리미어리그 아스날 축구팀의 대주주이기도 하다. 2위는 렌 블라바트닉으로 러시아인이며 투자·음악·미디어 회사를 통해 110억파운드(약 18조7110억원)의 재산을 가지고 있다.

3위는 인도인 금융재벌 힌두자 형제(106억파운드)이고, 4위는 철강재벌 락시미 미탈 가문이다. 미탈은 지난해까지 8년간 1등을 내리 하다가 철강업이 극심한 불경기를 겪으면서 올해에는 자산 총액 100억파운드를 기록했다. 그는 박지성의 소속팀 퀸스파크레인저스(QPR) 구단의 대주주다. 5위는 영국 프리미어 축구 클럽인 첼시 구단주이자 러시아 출신 석유재벌인 로만 아브라모비치(93억파운드), 6위는 노르웨이 출신 존 프레드릭슨 가문(88억파운드), 7위는 유대인 부동산 부호 루이벤 형제(82억파운드), 9위는 이탈리아계 스위스인 어네스토 베르타렐리 부부(74억파운드), 10위는 하이네켄 맥주로 유명한 네덜란드 카발호 부부(70억파운드)다. 올해 영국 부호 10위권에 영국 태생은 8위를 기록한 부동산 부호 웨스트민스터 공작 한 명뿐이다. 웨스트민스터 공작 가문은 1677년부터 부동산 부호였다.

이렇게 보면 이제 영국은 명실공히 다국적 국가가 된 셈이다. 영국은 세계 부호들의 선호 국가가 되어 다양한 국적의 부호들이 런던에 몰려와 살고 있고, 이로 인해 런던의 고급 호화 주택은 세계적 부동산 침체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 이들이 영국에 와 살면서 세금을 내는 이유는 영국 정부가 친기업과 친부호 환경을 만들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영국의 소득세 상한은 40%이고 법인세는 21%로 유럽 국가 중 매우 낮다. 세계 부호들의 영국 이주는 대세인 듯하다. 재산 42억파운드의 이스라엘 최고 부호 이단 오페르가 영국으로 이주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올해 상위 100명에 든 영국 출신 61명 중 41명은 자수성가한 경우고, 20명만 유산 상속자다. 자수성가형 41명 중 순수 영국인은 과반이 안 된다. 이렇게 외국인 그리고 자수성가형이 영국 유산상속 부호보다 많아진 현상은 부의 대물림에 반대하는 ‘신노동당(New Labour)’의 토니 블레어 총리가 정권을 잡은 1997년 이전에 일부 나타났다. 1997년 통계를 보면 상위 500명 중 155명(31%)만 유산 상속자였다. 한 가지 놀라운 점은 지금 영국 인기 TV 프로그램 ‘아프렌티스’의 사회자인 인도 출신 알란 마이클 슈가가 당시 쟁쟁한 유산 상속자들을 제치고 4억3200만파운드로 15위를 했다는 사실이다. 당시로서는 귀한 자수성가형 부호였다. 그는 25년 동안 재산을 2배밖에 못 늘려 올해 98위로 겨우 100위 안에 턱걸이했다.

아직 여성들의 부 창출 기회는 적은 듯하다. 1989년에는 상위 100위 중 3명의 자수성가 여성 부호가 있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안경체인 스펙세이버의 메리 퍼킨스, 친자연환경 화장품 보디숍의 아니타 로딕, 역사상 가장 영국적인 패션 디자이너라 불리는 로라 애슐리 패션의 로라 애슐리가 그들이다. 그나마 올해에는 메리 퍼킨스만 97위로 100위 안에 살아남았다. 자수성가형 여성 부호로는 해리포터 소설작가인 조앤 롤링이 5억6000만파운드로 156위를 지키고 있다.

여성 부호의 수 자체는 늘었다. 1989년 첫 조사 때 100위 안에 든 여성은 오로지 엘리자베스 여왕뿐이었다. 올해는 9명이 이름을 올렸다. 118명의 여성이 1000명 안에 들었고 그들의 부의 총액은 553억파운드다. 그러나 이 118명 중 본인 손으로 부를 이룬 여성은 소수에 불과하다. 배우, 가수, 스포츠 스타 등 대중 인기인이 아니면 거의 이름을 올리지 못한다. 대부분 남편과 재산을 공유해서 명단에 올랐거나 유산 상속이나 이혼을 해서 재산을 받은 경우다. 118명 중에는 15명의 유산 상속, 5명의 이혼녀가 있다. 이혼녀 5명 중 4명이 동유럽 모델 출신인 것도 흥미롭다.

영화계도 수입이 좋은 듯하다. 캐서린 제타 존스와 남편 마이클 더글러스, 기네스 팰트로와 가수 남편 크리스 마틴, 헬레나 본햄 카터와 영화감독 팀 버튼 커플이 공동재산으로 올라 있다. 우마 서먼도 이름을 올렸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순위가 많이 떨어졌다. 1989년 첫 조사에서는 52억파운드로 1위였으나 올해는 개인 재산 3억2000만파운드로 여성 부호 순위 33위, 전체 순위로는 268위를 기록했다. 여왕은 올해(2013년) 국가로부터 품위유지비 3610만파운드를 받는다. 이 돈은 어떻게 보면 자신의 재산이었던, 73억파운드 규모의 국가 소유로 등록된 왕실재산(Crown Estate)에서 나오는 수입에서 받는 금액이다. 여왕은 1993년 기준이 바뀔 때까지 계속 1위였다. 그녀의 이름으로 계산하던 왕실 재산이 국가 소유로 바뀌자 확 떨어진 것이다. 만일 왕실 재산 78억파운드와 개인 재산 3억2000만파운드를 합치면 여왕의 순위는 8위로 껑충 올라간다. 그래도 이제는 1등이 아니다.

1998년도 그랬지만 2013년 통계도 영국의 부 창출은 역시 전통적인 부동산, 토지, 건설업에 있음을 말해준다. 제조업은 2위였는데 2005년부터 제조업 부호가 금융 부호들에게 2위 자리를 물려주기 시작했다. 부호 1000위 중 제조업 부호는 2004년 120명에서 이듬해에 107명으로 줄어들었다. 금융은 세계적 금융위기로 숫자가 떨어졌다가 올해 다시 올라와 194명이나 된다. 제조업도 다시 숫자가 늘어 195명이 1000명 안에 들었다. 여전히 건설업, 부동산, 토지 등이 10명이 늘어 222명이다. 아직도 영국에는 미국형의 IT(정보기술) 부호는 드물다.

올해 통계에서 재산이 가장 많이 줄어든 부호는 지난 8년간 1위에서 올해 4위로 떨어진 락시미 미탈 가문으로 무려 27억파운드가 줄어들었다. 하락 2위는 카자흐스탄 국적의 고려인 블라디미르 김으로 14억9300만파운드가 줄어든 5억3000만파운드를 기록했다. 순위는 지난해 32등에서 165등으로 내려앉았다.

부자라고 다 같은 부자는 아니다. 영국 2013년 부호 10위권의 재산 총 합계는 934억파운드로 부호 1000위까지 총 합계 4500억파운드의 20.7%에 달한다. 그러나 이런 부호들도 영국 밖을 나가면 별로 힘을 못 쓴다. 영국 최고 우스마노프도 유럽에 가면 14위이고 세계로 나가면 35위밖에 안 된다.

영국 상위 200명의 2013년 부의 총액은 3182억파운드로 영국 전체 국부 7조3000억파운드의 4.4%다. 이 자산 총액은 1989년 380억파운드에 비하면 25년간 무려 8.37배로 늘었다. 또 영국 부호 1000명 전체의 부 총액 4500억파운드는 영국 국부의 6.2%에 불과하다.

작년 한 해 동안 1000명의 영국 부호들은 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354억파운드의 재산을 늘렸다. 전년에 비해 8.5% 증가했다. 이 금액은 1989년 상위 200명의 총재산 380억파운드와 거의 비슷한 금액이다. 해가 갈수록 그만큼 부의 축적이 크다는 말이다. 이는 영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세계 50위 부호들의 총재산이 1046조파운드로, 지난해보다 무려 23%나 늘었다.

선데이타임스가 발표한 영국 부호 순위는 1위부터 1000위까지 부의 규모, 전년 대비 변동 사항을 비롯해 간략한 개인 이력까지 나온다. 시간 날 때 찬찬히 보고 있으면 영국 사회를 알 수 있는 여러 가지 키워드를 발견할 수 있다. 올해는 특히 순위 발표 25주년 기념으로 5년 단위로 변화를 비교해 놓아 4반세기 동안의 영국 사회 변화를 한눈에 볼 수 있어 상당히 흥미롭다.

1989년 첫 조사 당시의 영국은 계급사회가 분명했다. 선조의 재산을 물려받은 귀족과 상류층의 전통 업종인 지주, 부동산 개발업, 건설업과 거대 산업 소유주들이 부의 순위를 독점하다시피했다. 정말 은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Born with silver spoon) 부호들이 영국 경제를 지배했다. 그러나 25년이 지난 지금 부호의 유형은 완전히 반대가 됐다. 1989년에는 62%가 유산상속, 38%가 자수성가형 부호였는데, 2013년에는 27%가 유산상속이고, 73%가 자수성가형이다. 1000명 중 773명이 자수성가형이라면, 영국을 더 이상 계급금권사회(class plutocracy society)라 부를 수 없고 이제는 능력사회(meritocracy society)라고 해야 할 듯하다.

1989년에는 상위 부호 200명 중 1위의 엘리자베스 여왕을 비롯해 40명의 세습 귀족이 올라 있었다. 거기에는 영국 공작 25명 중 11명, 6명의 후작, 14명의 백작, 9명의 자작이 포함돼 있었다. 영국 출신 94명 중에는 61명이 상속자였고 33명만이 자수성가한 경우였다. 합계해 보면 100명 중 자수성가가 38명, 상속자는 62명이다.

지난 25년 동안 부호들의 부가 엄청나게 늘어 올해에는 88명의 억만장자(billionaire·10억파운드 이상의 부호)가 등록되어 지난해의 77명보다 늘었다. 1989년에 9명에 불과하던 억만장자가 25년 만에 10배로 증가한 셈이다.

이렇게 지난 25년간 부호들의 구성을 보면 영국 사회가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안정된 사회에서 부를 이룬다는 것이 아주 어렵다고 말하지만 영국이 지난 25년간 보여준 변화는 그렇지 않다. 사회적 안정이 너무 오래 계속되어 동력을 잃어버린 ‘늙은 대제국’에서도 개인의 노력에 따라 새로운 부가 창출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영국은 누가 뭐라 해도 아직은 계급사회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계급에 모든 영국인이 속해 있고, 개개인은 자신이 어느 계급에 속해 있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다. 대다수 영국인은 자신의 계급에 불만을 가지고 있지 않고 계급 상승을 노리지도 않는다. 많은 외국인이 이해 못하는 바가 그것이지만 영국인은 아주 오랫동안 그렇게 살아왔다. 상류계급을 부러워하지도 않고, 노력해도 되지 않으니까 애써 계급을 바꾸고자 애타하지도 않는다. 부가 신분의 상승을 의미하지도 않았으므로 계급 상승을 할 방법도 거의 없었다. 그러나 선데이타임스의 부호 순위 변화를 보면 이런 영국인의 믿음이 틀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신의 노력으로 부를 쌓고 그 부를 이용해 사회적 존경을 얻어 지위 상승이 가능해지고 있다.

선데이타임스가 25년 전 부호 순위를 발표할 때, 지금도 영국 귀족 중 서열이 거의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데본셔 공작은 “부의 소재를 까발려 계급 간 갈등을 조장하려는 공산당의 음모”라고 비판했다. 당시만 해도 영국인들, 특히 사회지도층이던 중산층이 가졌던 돈에 대한 태도는 조선시대 양반들이 돈을 만질 때 젓가락으로 주는 식과 별다를 바가 없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운용하면서도 사회 전체가 돈에 애써 무관심한 척했고 내놓고 부를 논하는 일은 점잖치 못한 일이라 여겼다. 심지어는 상담하면서 가격을 흥정해야 하는데 대면해서는 못하고 편지로 주고 받았다. 지금은 즉시 전달되는 이메일과 문자를 통해 어려운 가격 협상을 할 수 있어 영국인들이 아주 좋아한다. 그런 식으로 돈에 대해 부정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영국 사회가 한 세대 사이에 어떻게 이렇게 많이 변할 수 있냐고 보수와 부호들의 신문이라는 선데이타임스 기자마저 놀란다.

개인적 성취가 제일 큰 영역은 스포츠다. 영국 스포츠 부호 1위는 얼마 전 은퇴를 선언한 세계 축구의 영원한 아이돌 데이비드 베컴이다. 재산은 1억6500만파운드로 전체 순위는 387위다. 20위 안에 든 축구선수로는 베컴, 웨인 루니(15위), 리오 퍼디난드(18위) 등 3명이 있고 럭비 4명, 모터레이싱 10명, 복싱 1명, 농구 1명, 승마 1명이다.

영국 전체 스포츠 부호 100명의 전 재산은 32억2500만파운드다. 가장 많은 이름을 올린 스포츠 종목은 역시 축구로 49명이고, 골프 12명, 모터스포츠 12명, 럭비 8명, 복싱 5명, 경마 5명, 농구 3명, 크리켓 2명, 테니스 2명, 육상 1명, 승마 1명 등이다. 가장 논란의 여지가 없이 완전히 자신의 능력으로 이룬 부의 상징이다. 이제 매스미디어를 통해 대중의 인기를 바탕으로 부를 쌓는 이들은 연예계 스타들과 함께 영국의 새로운 상류층을 이뤄갈 신귀족들이다.

선데이타임스는 부호 순위를 통해 발견한 몇 가지 흥미로운 결론을 내렸다. △영국 부자들의 다수는 이제 더 이상 은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나지 않는다. △역시 건축을 포함한 부동산 관련이 부의 원천이다. △영국은 이제 산업사회에서 서비스사회로 넘어갔다. △돈 있는 사람도 영향력과 권력을 가진다. △마지막으로 창업주가 은퇴하면 회사가 위험하다. 흥미로운 결론이다. 아무리 영국의 고상한 중산층이 부정해도 영국의 계급사회라는 철옹성에 금은 이미 가기 시작한 것 같다.

주간조선


글쓴이 권석하

IM컨설팅 대표. 영남대학교에서 무역학을 전공하고 1980년대 초 무역상사 주재원으로 영국에 건너가 현재까지 거주하고 있다. 유럽 잡지를 포함한 도서와 미디어 저작권 중개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월간 ‘뚜르드 몽드’ ‘요팅’, 도서출판 학고재 등의 편집위원도 맡았다. 케이트 폭스의 ‘영국인 발견(Watching the English·학고재)’을 번역 출간했다. 영국 국가 공인 관광가이드시험에 합격, 관광가이드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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