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달라진 영국 부자 리스트 | ||||||||
등록일 | 2014-01-08 오전 11:15:35 | 조회수 | 7514 | ||||||
상속형보다 자수성가형 올해 상위 100명에 든 영국 출신 61명 중 41명은 자수성가한 경우고, 20명만 유산 상속자다. 자수성가형 41명 중 순수 영국인은 과반이 안 된다. 이렇게 외국인 그리고 자수성가형이 영국 유산상속 부호보다 많아진 현상은 부의 대물림에 반대하는 ‘신노동당(New Labour)’의 토니 블레어 총리가 정권을 잡은 1997년 이전에 일부 나타났다. 1997년 통계를 보면 상위 500명 중 155명(31%)만 유산 상속자였다. 한 가지 놀라운 점은 지금 영국 인기 TV 프로그램 ‘아프렌티스’의 사회자인 인도 출신 알란 마이클 슈가가 당시 쟁쟁한 유산 상속자들을 제치고 4억3200만파운드로 15위를 했다는 사실이다. 당시로서는 귀한 자수성가형 부호였다. 그는 25년 동안 재산을 2배밖에 못 늘려 올해 98위로 겨우 100위 안에 턱걸이했다. 아직 여성들의 부 창출 기회는 적은 듯하다. 1989년에는 상위 100위 중 3명의 자수성가 여성 부호가 있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안경체인 스펙세이버의 메리 퍼킨스, 친자연환경 화장품 보디숍의 아니타 로딕, 역사상 가장 영국적인 패션 디자이너라 불리는 로라 애슐리 패션의 로라 애슐리가 그들이다. 그나마 올해에는 메리 퍼킨스만 97위로 100위 안에 살아남았다. 자수성가형 여성 부호로는 해리포터 소설작가인 조앤 롤링이 5억6000만파운드로 156위를 지키고 있다. 여성 부호의 수 자체는 늘었다. 1989년 첫 조사 때 100위 안에 든 여성은 오로지 엘리자베스 여왕뿐이었다. 올해는 9명이 이름을 올렸다. 118명의 여성이 1000명 안에 들었고 그들의 부의 총액은 553억파운드다. 그러나 이 118명 중 본인 손으로 부를 이룬 여성은 소수에 불과하다. 배우, 가수, 스포츠 스타 등 대중 인기인이 아니면 거의 이름을 올리지 못한다. 대부분 남편과 재산을 공유해서 명단에 올랐거나 유산 상속이나 이혼을 해서 재산을 받은 경우다. 118명 중에는 15명의 유산 상속, 5명의 이혼녀가 있다. 이혼녀 5명 중 4명이 동유럽 모델 출신인 것도 흥미롭다. 영화계도 수입이 좋은 듯하다. 캐서린 제타 존스와 남편 마이클 더글러스, 기네스 팰트로와 가수 남편 크리스 마틴, 헬레나 본햄 카터와 영화감독 팀 버튼 커플이 공동재산으로 올라 있다. 우마 서먼도 이름을 올렸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순위가 많이 떨어졌다. 1989년 첫 조사에서는 52억파운드로 1위였으나 올해는 개인 재산 3억2000만파운드로 여성 부호 순위 33위, 전체 순위로는 268위를 기록했다. 여왕은 올해(2013년) 국가로부터 품위유지비 3610만파운드를 받는다. 이 돈은 어떻게 보면 자신의 재산이었던, 73억파운드 규모의 국가 소유로 등록된 왕실재산(Crown Estate)에서 나오는 수입에서 받는 금액이다. 여왕은 1993년 기준이 바뀔 때까지 계속 1위였다. 그녀의 이름으로 계산하던 왕실 재산이 국가 소유로 바뀌자 확 떨어진 것이다. 만일 왕실 재산 78억파운드와 개인 재산 3억2000만파운드를 합치면 여왕의 순위는 8위로 껑충 올라간다. 그래도 이제는 1등이 아니다. 1998년도 그랬지만 2013년 통계도 영국의 부 창출은 역시 전통적인 부동산, 토지, 건설업에 있음을 말해준다. 제조업은 2위였는데 2005년부터 제조업 부호가 금융 부호들에게 2위 자리를 물려주기 시작했다. 부호 1000위 중 제조업 부호는 2004년 120명에서 이듬해에 107명으로 줄어들었다. 금융은 세계적 금융위기로 숫자가 떨어졌다가 올해 다시 올라와 194명이나 된다. 제조업도 다시 숫자가 늘어 195명이 1000명 안에 들었다. 여전히 건설업, 부동산, 토지 등이 10명이 늘어 222명이다. 아직도 영국에는 미국형의 IT(정보기술) 부호는 드물다. 올해 통계에서 재산이 가장 많이 줄어든 부호는 지난 8년간 1위에서 올해 4위로 떨어진 락시미 미탈 가문으로 무려 27억파운드가 줄어들었다. 하락 2위는 카자흐스탄 국적의 고려인 블라디미르 김으로 14억9300만파운드가 줄어든 5억3000만파운드를 기록했다. 순위는 지난해 32등에서 165등으로 내려앉았다. 부자라고 다 같은 부자는 아니다. 영국 2013년 부호 10위권의 재산 총 합계는 934억파운드로 부호 1000위까지 총 합계 4500억파운드의 20.7%에 달한다. 그러나 이런 부호들도 영국 밖을 나가면 별로 힘을 못 쓴다. 영국 최고 우스마노프도 유럽에 가면 14위이고 세계로 나가면 35위밖에 안 된다. 영국 상위 200명의 2013년 부의 총액은 3182억파운드로 영국 전체 국부 7조3000억파운드의 4.4%다. 이 자산 총액은 1989년 380억파운드에 비하면 25년간 무려 8.37배로 늘었다. 또 영국 부호 1000명 전체의 부 총액 4500억파운드는 영국 국부의 6.2%에 불과하다. 작년 한 해 동안 1000명의 영국 부호들은 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354억파운드의 재산을 늘렸다. 전년에 비해 8.5% 증가했다. 이 금액은 1989년 상위 200명의 총재산 380억파운드와 거의 비슷한 금액이다. 해가 갈수록 그만큼 부의 축적이 크다는 말이다. 이는 영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세계 50위 부호들의 총재산이 1046조파운드로, 지난해보다 무려 23%나 늘었다. 선데이타임스가 발표한 영국 부호 순위는 1위부터 1000위까지 부의 규모, 전년 대비 변동 사항을 비롯해 간략한 개인 이력까지 나온다. 시간 날 때 찬찬히 보고 있으면 영국 사회를 알 수 있는 여러 가지 키워드를 발견할 수 있다. 올해는 특히 순위 발표 25주년 기념으로 5년 단위로 변화를 비교해 놓아 4반세기 동안의 영국 사회 변화를 한눈에 볼 수 있어 상당히 흥미롭다. 1989년 첫 조사 당시의 영국은 계급사회가 분명했다. 선조의 재산을 물려받은 귀족과 상류층의 전통 업종인 지주, 부동산 개발업, 건설업과 거대 산업 소유주들이 부의 순위를 독점하다시피했다. 정말 은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Born with silver spoon) 부호들이 영국 경제를 지배했다. 그러나 25년이 지난 지금 부호의 유형은 완전히 반대가 됐다. 1989년에는 62%가 유산상속, 38%가 자수성가형 부호였는데, 2013년에는 27%가 유산상속이고, 73%가 자수성가형이다. 1000명 중 773명이 자수성가형이라면, 영국을 더 이상 계급금권사회(class plutocracy society)라 부를 수 없고 이제는 능력사회(meritocracy society)라고 해야 할 듯하다. 1989년에는 상위 부호 200명 중 1위의 엘리자베스 여왕을 비롯해 40명의 세습 귀족이 올라 있었다. 거기에는 영국 공작 25명 중 11명, 6명의 후작, 14명의 백작, 9명의 자작이 포함돼 있었다. 영국 출신 94명 중에는 61명이 상속자였고 33명만이 자수성가한 경우였다. 합계해 보면 100명 중 자수성가가 38명, 상속자는 62명이다. 지난 25년 동안 부호들의 부가 엄청나게 늘어 올해에는 88명의 억만장자(billionaire·10억파운드 이상의 부호)가 등록되어 지난해의 77명보다 늘었다. 1989년에 9명에 불과하던 억만장자가 25년 만에 10배로 증가한 셈이다. IM컨설팅 대표. 영남대학교에서 무역학을 전공하고 1980년대 초 무역상사 주재원으로 영국에 건너가 현재까지 거주하고 있다. 유럽 잡지를 포함한 도서와 미디어 저작권 중개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월간 ‘뚜르드 몽드’ ‘요팅’, 도서출판 학고재 등의 편집위원도 맡았다. 케이트 폭스의 ‘영국인 발견(Watching the English·학고재)’을 번역 출간했다. 영국 국가 공인 관광가이드시험에 합격, 관광가이드로도 활동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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