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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빨간색 공중전화 부스’의 대변신
등록일 2015-08-21 오후 7:57:01 조회수 5737

영국, 갤러리로…무인 관광안내소로…‘빨간색 공중전화 부스’의 대변신

 

휴대폰 보편화로 수요 줄자 철거 대신 이양

상징성·미적가치 살려 다양한 용도로 활용

 
영국 남부 브라이튼에 위치한 공중전화 부스에서는 커피와 아이스크림을 팔아서 일정 수익을 기부하고 있다. <출처: 41.media.tumblr.com>
곽동욱 <경북PRIDE상품 영국 해외시장 조사원·영국 코벤트리 경영대 조교수>
롤스 로이스, 버버리 트렌치 코트. 언뜻 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이들은 모두 영국에서 탄생한 디자인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오랜 세월 다양한 분야에서 참신하고 아름다운 디자인을 창조해낸 영국에서 가장 영국적인 디자인으로 인정받는 아이템은 무엇일까.

영국 성인 2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이층 버스’나 ‘유니온 잭’을 누르고 영예의 1위를 차지한 디자인은 바로 ‘빨간색 공중전화 부스’다.

1921년 최초의 야외 공중전화 부스가 등장한 이래로 다양한 버전의 공중전화 부스가 나왔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사랑 받는 디자인은 100여년 전인 1924년 자일스 길버트 스콧 경이 만든 K2와 그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1935년 처음 소개된 이래 지금까지 공중전화 부스의 전형으로 인정받고 있는 K6다.

그러나 이처럼 굳건하던 빨간색 공중전화 부스의 입지도 휴대전화의 등장 및 보편화라는 거대한 변화 앞에서는 맥없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공중전화 자체에 대한 수요가 급감하면서 2002년 전국적으로 9만2천개에 달했던 공중전화 부스는 현재 4만9천500개 수준으로 줄었으며 그중 빨간색의 전통적 공중전화 부스는 단 9천여개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그 많던 공중전화 부스는 다 어디로 갔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가장 영국적인 디자인으로 손꼽힐 만큼 여전히 매력을 뽐내는 빨간색 공중전화 부스는 그 자체의 상징성 및 미적 가치를 인정받아 여러 방향으로 활용되고 있다.

빨간색 공중전화 부스를 활용하는 첫 번째 방법은 ‘공중전화 박스를 입양하세요!(Adopt a kiosk)’ 프로그램이다. 공중전화 박스를 함께 철거하는 대신 현재 위치하고 있는 지역의 지방정부나 단체에서 단돈 1파운드(한화 1천700원)에 해당 부스를 이양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프로그램이 시작된 2008년 이래로 2천500여개의 공중전화 부스가 지역사회로 이양됐다. 이렇게 소유권이 넘어간 공중전화 부스는 매우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가장 대표 활용 사례로 응급상황에 사용할 수 있는 제세동기 설치를 지원하는 것이다. 구급차가 신속하게 도달하기 어려운 외딴 지역의 경우, 마을 가장 중심부에 위치한 눈에 띄는 빨간색 공중전화 부스에 설치된 제세동기 덕분에 응급상황에서 귀중한 생명을 살리는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지역사회에 활기를 불어넣어 경제나 문화를 살리는 역할을 감당하는 경우도 있다. 영국 남서부 첼트넘에서는 공중전화 부스를 지역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로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영국 남부 브라이튼에 위치한 두 개의 공중전화 부스에서는 커피와 아이스크림을 팔아서 일정 수익을 기부하는 데 사용하고 있으며, 윌트셔의 한 마을에선 어린 학생들이 직접 키운 꽃과 채소를 판매하는 장소로도 공중전화 부스가 사용된다. 몇몇 지역에서는 공중전화 부스를 무인 관광 안내소로 탈바꿈시켜 지도나 지역관광지의 홍보 팸플릿을 비치하는 장소로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공중전화 부스가 다 지역사회나 단체에 넘겨지는 것은 아니다. 전형적인 디자인의 빨간색 공중전화 부스는 결국 철거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중 상당수가 복원 전문업체의 손을 거쳐 가깝게는 영국의 가정집 정원에서부터 멀게는 중동이나 중국의 호텔 등지로 팔려나가고 있다.
<영남일보·경북PRIDE상품지원센터 공동기획>
 
 
출처 : 영남일보, 인터넷뉴스팀기자, 2015-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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